지난해 9월 충북교육청의 지시로 철거된 독립운동가 동오 신홍식 선생의 흉상./박진희 의원 제공
[미디어태희]
충북도교육청이 단재 신채호 선생의 호를 딴 학교에 있던 독립운동가의 동상을 철거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큰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3일 박진희 충북도의원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단재고등학교(옛 가덕중학교) 교정에 있던 독립운동가 동오 신홍식 선생(1872~1939)의 흉상을 지난 해 9월 철거했습니다.
충북교육청은 지난 해 8월 가덕중에 보낸 공문에서 ‘해당 동상이 새로 설립되는 단재고등학교 교육비전(단재 신채호 정신)에 부합하지 않고, 노후로 인한 미관을 위해 동상철거 필요’라면서 철거를 요구했습니다.
신홍식 선생 흉상 철거와 관련한 충북교육청의 공문./박진희 의원 제공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철거이유와 과정이 엉터리라고 지적했습니다.
박 의원은 “흉상 철거에 대한 감독 권한은 청주교육장에게 위임돼 있는데 도교육청이 직접 철거를 지시한 것은 월권이며 위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총동문회를 통해 주민여론수렴을 거쳤다고 했지만 주민자치위원장조차 처음 듣는 얘기라고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애국지사 동오 신홍식 선생
신홍식 선생이나 신채호 선생 모두 애국지사이며, 지난 1962년에 똑같이 정부로 부터 대한민국 건국훈장 대통령장이 추서된 분들입니다.
신홍식 선생은 1872년 청주에서 태어나 34살 때 그리스도교에 입교했습니다. 1917년 평양 남산현 교회로 전임됐을 때 3.1운동 계획에 대해 듣고 적극적으로 가담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3.1 독립선언서에 기독교 대표로 서명했고, 2년형의 옥고를 치른 뒤 1939년 서거할 때까지 독립운동과 종교운동을 계속했습니다.
애국지사 단재 신채호 선생
단재(丹齎) 신채호 선생은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에서 태어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자 민족주의 사학자입니다.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참여했으며 1936년 뤼순 감옥에서 순국했습니다. 단재(丹齋)는 ‘오직 민족의 미래를 위한 마음을 품고 옷깃을 여미는 자세’라는 의미입니다.
이에 대해 충북교육청은 "우리지역 독립운동가인 신홍식 선생 동상 철거로 도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 전하다"면서 "지역주민들의 충분한 의견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드리며 종친회, 학교 등과 협의해 교육적 가치가 높은 신홍식 선생 동상을 재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충북교육청이 ‘신홍식 선생의 흉상이 단재고 교육비전에 맞지 않는다’고 공문에서 밝혔기 때문에 독립운동가 및 독립운동에 대한 도교육청의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단재고 전경
당장 이날 충북교육발전소가 성명을 내고 "도지사는 기꺼이 친일파가 되겠다더니 교육감은 독립운동가의 흉상을 철거하고 ‘처리’하는 만행을 저질렀다"면서 "독립운동가인 단재 신채호 선생의 정신과 민족대표 33인으로 기독교를 대표해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신홍식 선생의 정신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라고 밝혔습니다.
충북교육발전소는 "'하나님을 잘 믿고 충성하며 민족의 독립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라고 죽는 날까지 독립을 염원하여 건국훈장을 받는 선생의 정신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말인가"라면서 "이런 상황에서도 충북교육청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차라리 변명 없이 깔끔하게 사과하라. 그랬다면 친일매국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무지해서 그랬다고 이해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