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열린 음성교육지원청 한마음체육대회
윤건영 충북교육감은 왜 자신의 발언을 통해 논란을 일으키는가.
‘예비 살인자’, ‘호상’.
일반인이라면 평소에도 즐겨쓰지 않는 단어이며, 공인이라면 더욱 가려써야 할 말인데도 윤 교육감은 연거푸 논란의 장본인이 되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과 대신 화를 내기 시작했다.
윤 교육감은 지난 9일 음성에서 열린 음성교육지원청 한마음체육대회 폐회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개 호상집에 가면 울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지금 마음은 그렇지만 이제는 빨리 극복하고 현실로 돌아와서 아이들 앞에 섰을 때 선생님들의 마음이 좀 계속 갔으면 좋겠고요”
충북교육청은 “윤 교육감 발언 전체를 보면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빨리 극복하자는 일반적인 표현일 뿐"이라며 "다른 어떤 의도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호상집도 초상집이지, 잔치집이 아니다.
더욱이 윤 교육감은 ‘호상’ 발언이 왜 민감하게 받아들여졌는지 주목해야 한다.
윤 교육감이 체육대회에 간 날은 청주에서 한 초등학교 교사가 투신사망한지 이틀 뒤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악성민원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지 5일 후다.
게다가 서이초 교사 49재날이자 ‘공교육 멈춤의날’이었던 9월 4일이 며칠밖에 지나지 않은 날에 체육대회를 한 것이었다.
한마디로 교육계가 온통 ‘상중’인데, 그 한복판에서 ‘호상’ 운운했으니 진의를 떠나 윤 교육감의 공감능력에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윤 교육감은 자신의 진의가 왜곡됐다고 흥분할게 아니라 전교조 충북지부가 “충북교육청과 교육감의 상황인식과 공감능력은 현장 교사들과 동떨어져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을 새겨들어야 한다.
지난 7월 25일 윤 교육감의 '교사는 예비 살인자' 발언 모습.
문제는 윤 교육감의 ‘공감 리더십’에 대한 문제제기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 자극적인 단어가 나왔었다. ‘예비 살인자’.
윤 교육감은 지난 7월 25일 유·초등 1급 정교사 자격연수 특강에서 "교사는 예비 살인자라고 인정하고, 대학 때 살인하지 않을 공부를 하고 현장에 나가야 한다"며 "대학 시절에 이런 겸손한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하라고 (청주교대 교수로 재직할 당시 학생들을) 지도했다"고 말했다.
그때는 서이초 교사가 사망한지 7일 후였기 때문이었을까. 윤 교육감은 발언 다음날 신속하게 사과했다.
그런데 왜 ‘예비 살인자’라고 썼을까. ‘예비 구세주’, ‘예비 구원자’라는 긍정적인 단어를 쓰면 안되나.
돌이켜보면, 윤 교육감의 ‘나홀로’ 리더십은 이미 그 전에 싹튼 것 같다.
14명이 사망한 7월 15일 오송참사 이틀 전인 13일부터 가족과 함께 말레이시아로 휴가를 갔다가 17일에야 귀국했다.
그동안 충북지역에는 20여곳의 학교시설에서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했지만, 윤 교육감은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버젓이 비 예보를 몰랐다고 KBS와 인터뷰를 했다.
충북교육청이 한달 전 사진을 써서 마치 윤 교육감이 수해복구 현장에 있는 것처럼 홍보에 활용한 내용을 보도한 KBS 화면 캡쳐.
윤 교육감이 동남아에서 휴가를 즐길 때 충북교육청은 예전 사진을 써서 마치 윤 교육감이 현장에 있는 듯한 '가짜 SNS’를 내보내기도 했다.
그동안의 언행으로 볼 때 앞으로 윤 교육감의 공개 발언, 그것도 중요한 이슈와 관련된 말에서 논란이 불거진다면 그 파장은 상당히 클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렇지 않아도 충북도민들은 충분히 피곤하다.
윤 교육감의 공감능력 회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