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청에 마련된 오송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지난 15일 발생한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로 모두 14명이 사망했다.
[소셜미디어태희=안태희]
7.15 오송참사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현안질의가 당초 오는 25일에서 다음달 16일로 연기됐다. 일단 다음달 16일에 김영환 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이 출석할 가능성이 큰 상태다. 현안과 관련해 충북지사와 청주시장이 동시에 국회에 출석하는 사상 유례없는 상황을 맞아 앞으로 지역 정치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것인가.
김영환, 도지사 1년만에 깊은 수렁에 빠졌다
지난 15일 오송참사가 발생한 비슷한 시간대에 괴산댐을 둘러보고 있는 김영환 충북지사
4선 국회의원 출신인 김 지사는 ‘친일파 발언 논란’, ‘괴산 땅 논란’, ‘산불술자리 논란’, ‘국정사진전 논란’ 등 숱한 논란을 자초했을 때도 국회까지 불려간 적은 없었다.
그만큼 김 지사 자신의 정치인생에서 가장 위태로운 상태로 출석하는 것이고, 사실상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가르는 날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 지사가 국회 질의를 잘 넘긴다고 해서 가시밭길이 끝날 것 같지는 않다.
경찰의 수사결과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될지가 남아 있고, 피고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선 충북지사 최초로 주민소환이 발의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지난 1년간의 각종 논란 때문에 주민소환 발의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던터라 이번 참사를 계기로 실행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홍준표 대구시장 못지않게 김 지사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자리잡고 있어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오송참사 다음날인 16일 두번째로 현장을 찾은 김영환 충북지사
중앙일보는 21일 김영환 지사의 오송참사 발언 등을 소개하면서 “국민의힘에선 ‘광역 단체장의 잘못으로 당이 후폭풍을 맞는다’는 불만이 크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치단체장들이 부정적인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지방 단체장은 웬만하면 언론 노출도 잘 안 되는데, 최근 부정적인 논란 거리만 만들고 있다. 일부 단체장은 엑스맨 같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정치적인 해법도 쉽지 않다.
김 지사가 이미 ‘1기 보좌진’을 갈아치웠기 때문에 보좌진 교체의 의미가 없는데다, 이번 참사때의 김 지사 언행으로 볼 때 도지사 보좌진의 존재 의미가 과연 무엇인지 찾기 어렵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범석, 민심의 쓰나미 앞에 홀로 섰다
이범석 청주시장이 지난 20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범석 청주시장은 청주에서 발생한 참사현장을 도지사보다도 늦게 도착한 시장이다.
게다가 도지사보다도 늦게 사과문을 발표했으니, 청주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시장이라는 낙인이 찍힐 것 같다.
지난해 8월 복대동 물난리, 12월 눈올 때 출근대란의 전조현상이 있었는데도 전혀 바뀌지 않은 청주시의 재난대응이 이번 참사를 키웠지만 책임자로서 사과를 거부했었던 모습을 시민들에게 보여줬다.
청주시는 홍수경고를 받고도 충북도에 연락하지 않았고, 관할이 아니라고 ‘강건너 물구경’을 하는 바람에 결국 수많은 청주시민들이 수장됐다.
민선 청주시장의 평균 연속임기는 4년(중도낙마한 이승훈시장은 제외하고)이다.
이 시장의 임기는 이제 3년도 남지 않았는데, 청주에서 벌어진 사상유례 없는 초대형 인재참사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영이 서지 않는 식물시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은 김영환 지사가 때때로 사고(?)를 쳐 주목받을 기회가 없었지만, 병풍이 사라진 지금은 ‘민심의 쓰나미’ 앞에 홀로 서 있는 형국이다.
정우택, 기회와 위기 양날의 칼 '만지작'
정우택 국회부의장이 지난 20일 청주에서 수해복구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오송참사에서 가장 셈법이 복잡한 정치인은 국민의힘 정우택 국회부의장일 것이다.
당장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해야 하는데, 한솥밥을 먹는 책임자급들을 추궁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렇다고 최근 관계가 회복됐던 김 지사나, 정치적 후계자인 ‘철기장군’ 이 시장에게 온정적인 질문을 할 정도로 이번 참사를 가볍게 다룰게 아니라는 것은 자신도 잘 알 것이다.
더욱이 같은 당 도지사와 청주시장을 강하게 추궁하지 않았다가는 청주시민과 국민들의 역풍에 시달릴 것이기 때문에 어떤 ‘추궁의 기술’을 쓸지 지켜봐야 한다.
또한 정 부의장 입장에서는 이번 현안질의에서 ‘충북의 맹장은 누구인가’, ‘충북에서 믿을 만한 정치인은 누구인가’를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지도부에 보여줘야 할 또다른 정치적인 의미가 있다.
임호선, 중량급 정치인 이미지 쇄신 계기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가운데)이 지난 18일 열린 민주당 오송참사대책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은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으로, 민주당 충북도당 오송참사대책위원장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십분발휘할 때를 만났다.
무엇보다 임 의원은 이번 참사의 원인을 제대로 추궁해서 들춰내야 할 책임감이 클 것이다.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일어났는지, 오송참사를 명확하게 밝혀내는 것이 그의 책무이다.
정치적으로는 내년 총선을 앞둔 민주당 충북도당의 위원장으로서, 중부3군의 국회의원으로서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재확인하려는 무대가 될 것이다.
이 지역에서는 국민의힘에서 이필용 전 음성군수가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이 제기되는 등 지역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현안질의가 임 의원에게는 정치적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더구나 경찰청 차장 출신인데도 ‘착한 정치인’이라는 약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야당 정치인’의 저격성을 이번에 드러낼지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