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기구' 위원장직을 수락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16일에 반 전총장을 만나 위원장직을 맡아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했고, 이를 반 전총장이 수락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메신저와 메시지를 보낸 사람과 응답한 사람, 최초의 메시지를 작성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생각할게 많아진다.
최초의 메시지를 작성한 사람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기구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고, 이 기구의 위원장을 반 전총장이 맡아야 한다고 했다.
손 대표는 지난 8일 열린 제74차 최고위원회의 및 확대간부회의에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데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저는 오늘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 정부와 국회, 사회 전 계층이 참여하는 범사회적인 기구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특히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기구를 구성하고 그 위원장에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을 추천한다. 반기문 전 총장은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성사시킨 국제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고, 국내적으로는 진보와 보수 모두에게 신망을 받는 분이다. UN 사무총장을 지낸 외교 전문가로서 중국 등 주변국가와 미세먼지 문제를 협의하고 중재할 수 있는 그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문 대통령이 이 제안을 외국에서 받아들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2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미래당에서 제안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적 기구’ 구성을 적극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메신저로 노영민 비서실장이 움직였다.
청와대는 노 비서실장과 반 전총장이 만난 모습을 찍은 사진을 배포했다. 사실상 문 대통령의 전달자로서의 역할 이상의 상징성이 드러나는 연출이다.
마지막으로 상생의 메시지로 화답한 사람은 반 전 총장이다.
반 전 총장은 노 비서실장과 만난 자리에서 “기후 변화 등 국제 환경문제를 오랫동안 다뤄 온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에 도움이 될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수락 의사를 밝혔다.
주목할만한 발언이 이어졌다. 반 전 총장은 “미세먼지 문제는 정파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범국가기구는 제 정당, 산업계, 시민사회 등까지 폭넓게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거다. 미세먼지 문제는 단시간에 해결될 수도, 어느 한 사람이나, 어느 한 국가만 움직여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의 꿈을 접어야 했던 ‘세계의 대통령’과 야당과의 협력을 통해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할 청와대,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느냐가 관건인 바른미래당 모두 ‘미세먼지’라는 상생의 화두를 반기고 있다.
더구나 예전에는 지역과 인물간의 인위적 대연정이었다면, 이제는 국민적인 이슈와 주제의 자연스런 대연정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데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손 대표), ‘범국가기구는 제정당, 산업계, 시민사회 등까지 폭넓게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반 전 총장)... 무엇인가 서로 교감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오지 않는가.
여기에 ‘노갈공명’ 노 비서실장은 이 이슈를 어떻게 끌고 가느냐로 자신의 존재감과 무게를 국민들에게 보여주게 될 것이다.
더구나 대한민국에서 미세먼지로 가장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인 충북도민의 입장에서도 충북출신의 노 비서실장과 반 전 유엔사무총장의 움직임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미세먼지가 새로운 정치를 만들고 있다. 미세먼지가 정치지형을 바꾸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