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규제)가 아닌 묵묵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이 어떨까요?”
한주식 지산그룹 회장이 26일 충북경제포럼(회장 차태환) 제207차 월례조찬강연회에서 강조한 말이다.
이날 한 회장은 '걸림돌을 디딤돌 삼는 경제'란 주제로 ‘울타리’, ‘초긍정’, ‘후리다매’, '나눔' 등을 강조하면서 열강해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다음은 강연요지다.
반갑습니다. 저는 물류센터 개발 및 운영을 하는 지산물류그룹 대표 한주식입니다.
오늘 강연 주제를 “걸림돌을 디딤돌 삼는 경제” 라는 화두로 하지요.
“길을 가다 돌이 나타나면, 약자는 그것을 걸림돌이라 말하고 강자는 그것을 디딤돌이라고 말한다.” 라고 하죠.
우리 지산에서는 건배사로 제가 “걸림돌~”이라고 외치면, 직원들이 “디딤돌~”이라고 화답을 합니다.
제가 회사를 이끌어가면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바로 “긍정의 정신”입니다.
저 격언에는 그런 긍정의 정신이 잘 녹아있지요.
제가 어릴 때 오염된 우물로 병 앓이를 했는데, 다들 힘들던 그 시절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서 청력이 많이 약해 졌지요. 청력이 잘 들리는 사람보다는 여러모로 불리한 점이 많았습니다. 경비원을 하려해도, 청소용역을 하려해도 잘 못 듣는 것이 걸림돌이 되더군요.
인생의 '걸림돌'이 생긴 것이지요.
하지만 좋게 생각하면 좋은 점도 있었습니다. 집중력이 놀랍도록 향상 되더군요. 총 100%의 능력 중에서 못 듣는 것에 대한 20%의 걸림돌을 제외하면 능력이 80%라고 생각을 했었지요.
하지만 잘 안 들리는 덕에 집중력이 20%를 넘어 200%가 향상되니, 20%의 걸림돌이 디딤돌이 되어 200%의 집중력을 얻었고, 엄청난 부를 창출해 낼 수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야구할 때, 멈춰있는 공보다 세게 날아오는 공을 쳐내면 훨씬 멀리 날아가듯 말이지요.
연봉 1억을 받는 사람이 부러웠는데, 하루에 1억씩 벌게 되니 걸림돌이 디딤돌이라는 신념이 생겼어요.
토지 형질변경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이러한 걸림돌을 극복하기 위해 형질변경, 토지개발과 관련된 책들을 공부하고 섭렵하기 시작하였고, 많은 일들을 겪고 현재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업계에서는 저한테 자문을 구하러 오시면서, 어느 박사들한테 가도 해결이 안되는 일이 박사학위도 없는 저한테 오면 해결이 된다며 “용팔이 (용한돌팔이)” 라는 우스갯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습니다. 박사 x 1점 = 돌팔이, 돌팔이 x 100점 = 용팔이 (웃음)
보리와 잔디에 관한 정주영 선배님의 유명한 일화가 있지요.
6.25 전쟁통이던 1952년,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 일이 있었습니다. 일정 중에 부산에 있는 유엔군 묘지를 방문하는 일정이 있었지요. 당시 미8군에서는 정리되어 있지 않은 묘지를 정비하려고 공사 발주를 합니다. 엄동설한 한겨울, 거기다가 전쟁통인 상황에 묘지를 푸른 잔디로 꾸미는 공사를요.
당연히 공사에 선뜻 나서는 업체가 없었지요. 그때, 당시 현대건설의 정주영 사장이 “대통령이 오셨을 때 깨끗하게 정리된 푸른 풀밭이면 되는 거요?” 라고 묻습니다.
“물론 그거면 좋다” 라는 답변을 듣고 나서 정주영 사장은 낙동강변 새파란 보리밭의 보리로 유엔군 묘지를 푸른 풀밭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 푸른 풀밭의 정체가 잔디가 아니고 보리이기 때문에 일을 잘못한 것일까요?
당시 공사를 발주한 미군장교는 이 겨울에 어려운 일을 해결해 주었다고 크게 기뻐하였고, 이에서 비롯된 신뢰를 바탕으로 이후 미8군에서 나오는 공사를 현대가 거의 도맡아 하면서, 현대건설의 발전에 큰 밑거름이 되었지요.
이 일화에도 “긍정의 정신”이 잘 담겨 있습니다. 다들 ‘이 겨울에 어디 가서 잔디를 구하냐’ 는 생각에 매몰되어 있을 때, 정주영 선배님은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덤벼들어 좋은 성과를 낸 것입니다.
하고자 하는 이는 ‘방법’을 찾고 하기 싫은 이는 ‘핑계’를 찾는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 달려있는 것이지요.
저 양과 말들을 양치기가 물가로 데려가서 물을 먹으라고 채근하면 양들이 물을 먹을까요?
풀을 먹여야 하니 이풀 저풀 먹으라고 가리킨다고 양들이 풀을 뜯을까요?
오히려 다그치는 양치기 곁에서 멀리 도망치려고 할 겁니다.
저는 양치기 보다는 저 멀리 묵묵히 그저 서 있을 뿐인 울타리가 되고 싶습니다.
울타리 안에서 양들이 풀을 뜯던지, 물을 먹던지, 그늘에서 쉬던지는 양들이 자유롭게 선택하겠지요.
우리 地山에서는 일하라고 채근하지 않습니다. 뜯을 수 있는 풀과, 마실물이 있는 초목에 안전하게 울타리를 설치해놓고 그 안에서 개개인들의 역량을 마음껏 뽐내라. 이것이 저의 조직 경영 철학입니다.
울타리 안에서 마음껏 뛰노는 말과 양들이 훨씬 더 건강하고 질이 좋은 생산품을 농부에게 가져다 주는 것은 덤입니다.
아~ 채근하는 것이 있긴 합니다. 운동과 금연이지요.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소명 하에, 단체 마라톤, 단체 등산, 실내 운동 등은 적극 권장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일하러 회사 나왔는데, 일하라는 사람은 없고 운동해라~ 담배, 술 말고 비타민 먹고 계단으로 오르내리라는 말만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조직을 수십년 이끌어온 제 경험에 의하면, 이러한 방식은 ‘분명하게 생산성을 높여준다’ 는 것, 이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양치기(규제)가 아닌 묵묵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