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죽을 때까지 충북청주FC] 인구 7만 도시의 상징 ‘사간 도스’, 규슈의 자부심 ‘아비스파 후쿠오카’

④ 일본 J리그는 어떻게 지역의 일상이 됐나(아비스파 후쿠오카·사간 도스)
   
뉴스 | 입력: 2026-10-27 | 작성: admin@admin.co.kr 기자

① 프로스포츠 소외의 섬 충북-프로야구 홈경기마저 사라졌다(10.06)
② 충북청주FC는 누구의 구단인가-예산·수입·관중·후원 분석(10.13)
③ 시민·도민구단의 성공과 한계-광역연고와 공동지원의 현실(10.20)(강원FC, 충남아산FC)
④ 일본 J리그는 어떻게 지역의 일상이 됐나(아비스파 후쿠오카·사간 도스)(10.27)
⑤ 충북청주FC가 ‘한국의 선덜랜드’가 되기 위한 5대 제안(11.3)

[미디어태희=일본 도스·후쿠오카]

<미디어태희>는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일본 사가현 도스시와 후쿠오카시를 찾아 J2리그 사간 도스와 J1리그 아비스파 후쿠오카의 팬, 지역 상인,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먼저 취재진이 찾아간 곳은 후쿠오카로부터 32km 떨어진 인구 7만 4000명의 작은 도시 사가현 도스(鳥栖)시. 

후쿠오카시와 도스시 위치./AI활용
도스시는 일본 규슈 북부 사가현의 교통 요충지입니다.  

후쿠오카와 가까우며, 여러 철도 노선과 도로망이 연결되는 도시입니다.

도스역 구내. 오래된 역의 흔적이 보인다./미디어태희

대도시처럼 화려한 관광명소가 밀집한 곳은 아닌데, 이 도시를 일본 전역에 알린 대표적인 이름 가운데 하나가 일본 프로축구 J2리그 소속 사간 도스(Sagan Tosu)입니다.

인구 7만 도시에 2만명 수용 축구전용경기장

사간도스 홈구장인 도스시 '에키마에 부동산 스타디움' 전경. 인구 7만여명 도시에 있는 축구전용경기장이다./미디어태희

지난 17일 오후 사간 도스의 홈구장으로 향하는 길에는 파란색과 분홍색 유니폼을 입은 축구팬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도스역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이 경기장은 수용 인원이 2만여 명에 이르는 축구전용경기장입니다. 

도스시가 주인이지만 부동산회사에 명명권을 팔아 ‘에키마에 부동산 스타디움’으로 불립니다.

열정적인 사간 도스 서포터즈들. /미디어태희

경기장 주변에서부터 사간 도스가 도시에 가져다주는 활력,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곳곳에서 느껴졌습니다.

사간 도스는 1997년 시민구단으로 창단해 1999년 J리그에 가입했습니다. 2012년 J1으로 승격한 뒤 2024년까지 13시즌 연속 1부리그에서 뛰었습니다.

사간 도스 마스코트./미디어태희

한때 스페인 국가대표 출신 세계적인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가 활약했고, 한국의 윤정환 감독도 팀을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2024년 최하위로 강등됐고, 2025년에는 J2리그 8위를 기록했습니다. 

작은 도시가 키운 프로축구단

그럼에도 시민들의 관심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사간 도스 팬인 리세씨(왼쪽)과 세나씨./미디어태희

사간도스 경기장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만난 세나(世那)씨는 “작은 도시지만 축구나 배구 같은 스포츠팀들이 있어요”며 “그런 팀들을 통해 지역이 활기를 띠게 되니까 상당히 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함께 온 여성팬인 리세(梨世)씨는 “J2 우승과 J1 승격을 통해 앞으로 도스에 더 큰 활기를 불어넣어 줬으면 좋겠어요”라고 희망했습니다.

이날 사간도스는 RB 오미야 아르디자를 2대 1로 이겼습니다. 열광적인 서포터즈들의 우렁찬 함성은 인구 7만명 도시에 들어선 축구전용경기장의 위용을 더했습니다.

"사간 도스 화이팅"을 외치는 신 히로타카씨 가족./미디어태희

도스시 인근 구루메에서 한 두달에 한 번 정도 사간도스 경기를 보러온다는 신 히로타카(進 紘孝)씨에게 사간 도스가 어떤 의미인지 물었습니다.

신 씨는 “규슈의 자랑이라고 할까요. 규슈의 자부심”이라며 “지금은 J2에 있으니까 하루빨리 J1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올해야말로 J1에 복귀할 수 있도록 힘냈으면 좋겠습니다.”

신 씨 가족은 과거 사간 도스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고, 현재 구단 사장을 맡은 도요다 요헤이 사장에게 힘써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사간 도스, 힘내라!”라면서...

사간도스 홈경기를 보러 2시간 전부터 몰려드는 팬들./미디어태희

도스는 인구나 경제 규모에서 후쿠오카와 비교하기 어려운 작은 도시지만, 프로축구에서는 오랫동안 일본 최상위리그에 참가하며 대도시 구단들과 경쟁해 왔습니다.

작은 도시도 전국 무대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다는 경험이 지역민들의 자존감으로 연결된 셈입니다.

 “시민들과 아이들에게 꿈을 주는 팀”

도스 나가사키가도 마쓰리에 참가한 시민들이 순례도장을 찍고 있다./미디어태희

이튿날인 지난 18일 도스시에 전통 축제인 ‘도스 나가사키가도 마쓰리(とす長崎街道まつり)‘가 열렸습니다. 에도시대 물류의 중심이었던 도스의 옛길을 순례하는 축제로 올해가 25회째입니다.

아키바 신사(秋葉神社)에서 축제를 준비하던 도스 토박이 마츠구마(松隈)씨는 사간 도스가 지역을 대표하는 구단이냐는 질문에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물론이죠. 사간 도스는 도스를 대표하는 팀입니다.”

미디어태희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도스 시민 마츠구마씨./미디어태희

그는 지역에 프로축구단이 있다는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지역에 그런 팀이 있다는 건 시민들과 아이들에게 꿈을 줄 수 있고, 지역의 자부심으로도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사간도스 홈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작은 도시에 활력이 넘친다고 합니다.

경기장과 주차장 사이에서 일본 전통케익 가게를 운영하는 미즈타 쓰네오(水田 常夫) 사장은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가게 앞을 많이 지나간다고 설명했습니다.

미즈타 쓰네오(水田 常夫) 사장

미즈타 사장은 “축구 경기가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열리는데, 경기가 있는 날이면 도스 시내 전체가 축제 분위기가 됩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는 원정팬들이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도 소개했습니다.

“저희 가게에서 특별히 큰 행사를 하지는 않지만, 원정 응원을 온 손님들이 기념품이나 선물로 저희 상품을 구매해 가는 편입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구단에 대한 그의 제안이었습니다.

도스 시내의 가게를 구경하는 어린이들./미디어태희

미즈타 사장은 “열성적인 서포터도 있지만 응원은 해도 경기장에는 좀처럼 가지 않는 분들도 있잖아요. 그런 분들도 선수들의 이름을 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선수들이 시내에서도 자주 모습을 보이면서 주민들에게 이름을 알리는 활동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구단 직원에게 제안했습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사간 도스 운영에 적극적입니다.

도스역 앞 우체통. 사간도스(왼쪽)와 프로배구단 사가 히사미츠 스피링스를 홍보하고 있다./미디어태희

사간도스 홈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원정팬 할인’이라는 독특한 행사도 열립니다. 상대팀 서포터가 경기 입장권을 제시하면 할인해 주는 방식입니다.

축구경기가 열리면 상대팀 팬들도 지역경제의 손님이 되는 것입니다. 축구단을 응원하는 일과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모습입니다.

“후쿠오카 하면 아비스파 후쿠오카”

후쿠오카시 하카타역의 활기찬 모습./미디어태희

도스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면 인구가 167만명인 규슈 최대 도시 후쿠오카가 나옵니다.

이곳에는 일본 J1리그 소속 아비스파 후쿠오카(Avispa Fukuoka)가 있습니다.

아비스파 후쿠오카는 1990년대 중반부터 J리그에 참가해 온 구단으로, 2021년 J1에 복귀한 이후 1부리그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홈구장은 2만1000여 명을 수용하는 베스트덴키 스타디움입니다. 

후쿠오카시청 앞 공원에서 만난 시민들. 왼쪽부터 카와하라 타케루씨, 호사카 타로씨, 미야가와 다이스케씨./미디어태희

후쿠오카시청 앞 공원에서 담소를 나누던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회사원인 카와하라 타케루(河原 健)씨는 “후쿠오카 하면 아비스파 후쿠오카가 떠오른다”며 구단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호사카 타로(保坂 太郎)씨는 “아비스파 후쿠오카의 굿즈 같은 걸 보면 열심히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함께 싸우고 있다는 기분도 듭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비스파 후쿠오카팀의 굿즈는 이 도시의 유명한 쇼핑몰인 ‘캐널시티 하카타’ 뿐만 아니라 후쿠오카 시청내 편의점에서도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프로축구팀이 시민들과 가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후쿠오카시청 편의점에 자리를 잡은 아비스파 후쿠오카 굿즈매대./미디어태희

지역 연고 구단의 존재 자체가 시민들에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미야가와 다이스케(宮川 大輔)씨는 “지역에 팀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축구 팬들의 고향에 대한 애정도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아비스파 후쿠오카가 언젠가는 지역 야구팀인 소프트뱅크 호크스만큼 인기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축구가 ‘생활의 중심’이 된 스포츠바

스포츠바 하치 건물 입구./미디어태희

후쿠오카 취재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소 가운데 하나는 아비스파 후쿠오카를 응원하는 스포츠바 ‘하치(HACHI)’였습니다.

텐진미나미역(天神南駅) 근처에 있는 작은 바는 단순히 경기를 시청하는 술집이 아니라 아비스파 팬들이 모여 구단을 응원하고 축구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입니다.

모리 도시카즈(森 俊和) 사장은 처음에는 고용된 점장으로 일하다가 10년 전 가게를 인수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스포츠바 하치 모리 사장에게 충북청주FC 머플러를 선물한뒤 기념촬영을 했다./미디어태희

대학 때까지 육상선수를 했던 모리 사장은 “원래 주인이 아비스파를 전문적으로 응원하는 가게가 없어서 이런 공간을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모리 사장은 “후쿠오카시에서 아비스파 서포터가 많지는 않지만, 서포터들에게는 역시 일상의 중심이 되는 클럽”이라며 “모든 시민이 축구팬인 것은 아니지만, 열성팬들에게 구단은 일상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라고 강조했습니다.

스포츠바 하치에서 만난 아비스파 후쿠오카 장내 아나운서 
모리타 미키(森田 みき·왼쪽)씨와 서포터즈 홈페이지 작가인 카와조에 미치코(川添 道子)씨, 모리 도시카즈(森 俊和) 사장.

모리사장과 대화를 나누던 중 아비스파 후쿠오카의 장내 아나운서인 모리타 미키(森田 みき)씨와 서포터즈 홈페이지 작가인 카와조에 미치코(川添 道子)씨를 만났습니다.

이들에게 아비스파 후쿠오카가 어떤 의미인지 묻자 짧은 답이 돌아왔습니다.

“자부심이죠. 규슈의 자부심!”

축구단이 있다는 것, 도시의 일상이 달라진다

사간 도스 홈경기장 주변에서 공놀이를 하는 가족./미디어태희

닷새간의 일본 취재에서 만난 도스와 후쿠오카 시민들의 반응이 모두 같았던 것은 아닙니다.

작은 도시 도스에서는 사간 도스가 도시의 이름을 알리고 주민들에게 자부심을 주는 존재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후쿠오카에서는 야구를 비롯한 다양한 스포츠와 여가문화 속에서 아비스파가 자신만의 팬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다만 두 도시에서 공통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프로축구단의 가치를 승패나 관중 수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도스에서는 경기 날 상점에 손님이 찾아오고, 원정팬들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지역축제 관계자가 축구단을 도시의 자랑으로 소개했습니다.

도스시 축제 모습./미디어태희

후쿠오카에서는 팬들이 모이는 스포츠바가 오랫동안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사례만으로 두 구단의 경영이 성공적이라거나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이 구단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구단이 시민들의 일상에 얼마나 가까이 들어와 있는지는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도스 시내 모습. 사간 도스와 사가 스프링스(배구단) 엠블럼이 걸려 있다./미디어태희

특히 인구 7만4000여 명의 도스가 13시즌 동안 J1 구단을 유지했던 경험은 충북청주FC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집니다.

중요한 것은 구단이 지역사회의 일상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시민들에게 얼마나 사랑받는 존재가 되느냐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간도스 홈경기장 주변에서 열린 이벤트 모습./미디어태희

충북청주FC의 미래는 과연 어떨까요.

모리 사장은 충북청주FC 팬들에게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ACL(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