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에 대해

[사람과 일자리]
양주희 충북인자위 연구관
   
뉴스 | 입력: 2018-12-09 | 작성: admin@admin.co.kr 기자

 

 

기사와 직접 관련 업습니다. / pixabay
<기사와 직접 관련 업습니다. / pixabay>

 

 

 

내가 대학생 때이다. 나보다도 학교가 더 내 취업을 걱정했는지 학교 취업지원센터에서 매일 같이 문자가 왔다. 

 

‘00기업 채용설명회 0월0일 0시’.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대기업의 인사담당자가 회사소개부터 회사의 인재상, 선발직무, 채용일정에 대해 설명해줬다. 

 

듣고 있으면 마음은 이미 그 회사 최종면접 자리에 앉아있는 기분이었다. 채용계획 설명이 끝나면 꼭 우리학교를 졸업하고 그 회사에 입사한 선배가 나와서 회사자랑과 회사에 대한 애정표현 시간을 갖는다. 그게 하이라이트였다. 

 

채용설명회에 간 ‘나’를 비롯한 취준생들은 그 선배 ‘신입사원’에게 무수히 많은 질문을 했다. 지금 같으면 왜 그 회사를 선택했는지, 하는 일이 적성에 맞는지, 조직문화는 어떤지, 어떤 복지가 있는지, 보상체계는 합리적인지, 비전이 있는지, 워라밸이 있는 삶인지 이런 것들을 물어봤을 텐데, 그 때는 그 회사에 뭘 준비해서 어떻게 들어갔는지가 궁금했다. 일단 합격을 해야 워라밸이 있고 비전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학점’, ‘토익점수’, ‘자격증’, ‘대외활동’은 단골질문이었다. 모든 게 완벽한 슈퍼맨이었다. 또 ‘연봉은 얼마 받으세요?’라는 질문이 나오면 다들 집중하고 대답을 기다렸다. 그 슈퍼맨 선배님들의 연봉은 하나같이 ‘5천만 원 이상’이었다. 학생들은 “오~”하고, 슈퍼맨 선배님은 뿌듯해했다. 그 한마디에 모두가 가고 싶은 회사가 되었다.

 

그렇다면 지금도 ‘기업 간판’과 ‘높은 연봉’이 가고 싶은 회사를 결정할까? 올해 충북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충청북도의 대학교와 특성화고등학교의 졸업예정자 3,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구직성향 및 기업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이제는 아니다.

 

학생들이 취업처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조직분위기’라고 한다. 그 다음이 ‘복리후생’, 그 다음이 ‘연봉’이었다. 특히,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은 ‘조직분위기’, ‘고용 안정’, ‘복리후생’, ‘개인의 성장가능성’, ‘일생활균형’, ‘기업의 성장가능성’ 순으로 취업처를 결정하고 그 다음 일곱 번째가 ‘연봉’으로 나타났다. 이전조사에서 ‘연봉’이 가장 중요하다는 결과와 비교하면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산업역군’, ‘효율성’, ‘집단’ 그리고 ‘돈’이 중요한 가치였다. ‘요즘사람들 돈만 많이 주면 돼’는 이제는 옛날얘기가 되었다. 요즘의 워라밸 세대는 ‘나의 행복’에 집중하는 세대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해 적당히 벌고 나를 위해 적당히 잘 살기’를 원한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면서 스트레스 제로를 원하는 세대의 특징이 조사결과에 뚜렷하게 나타났다. 

 

아직도 누군가는 “청년들이 힘들고 어려운 일은 하기 싫어하면서 눈만 높아 청년실업이 해결이 안된다”고 이야기한다. 청년들의 ‘눈높이’는 단순히 ‘기업간판’과 ‘높은 연봉’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이 세대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하는 것은 ‘하고 싶은 일, 안정적인 일, 삶이 있는 일, 비전 있는 일, 힘들어도 버틸 수 있게 하는 일’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구직자들은 매년 단군이래 최고 스펙을 갱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취업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대학생의 33%가 “내가 부족해서”라고 응답했다. 그 화살마저 자신들에게 돌리는 사람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는 사회가 아닌, 눈높이를 맞추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