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도시'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청주가 이제는 ‘진실을 밝히는 도시’로 바뀔 것 같다.

화성 연쇄살인사건 중 8차 사건범인으로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 동안 옥살이를 한 윤모(52·당시 22세)의 재심변호사로 박준영 변호사가 선임됐다.

박 변호사는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1999년)과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2000년)의 재심을 맡아 무죄를 이끌어낸 ‘재심 전문변호사’로 유명하다.

박 변호사가 유씨의 재심청구의 변호를 맡기로 함에 따라 이제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청주에서 진범이 밝혀지는 사상 유례없는 진실 규명사건으로 바뀌게 됐다.

이춘재가 청주에서 처제를 살해했다가 청주 경찰에 검거되면서 연쇄살인이 청주에서 끝난데다 8차사건의 범인으로 판결난 사람마저 청주에서 재심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실이 청주에서 판가름나게 된 것이다.

박 변호사는 지난 9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건에 대한 개인적 욕심 내려놓고 이 사건에 딱 맞는 변호사님을 모시고 변호인단을 꾸릴 생각"이라며 "변호인단 구성이 마무리되면 공개하겠다. 윤씨 입장에서는 하늘이 준 기회다. 잘 살려가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당시 경찰은, 소아마비 때문에 한쪽 다리를 잘 못 쓰는 윤씨에게 쪼그려 뛰기를 시켰다고 한다. 지금의 경찰이 이 사건을 바로잡길 바란다.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변호가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윤씨는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A(당시 13세)양 집에 침입해 잠자던 피해자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이듬해 7월 검거됐다.

그는 같은 해 10월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는 "경찰이 고문을 해 허위 자백을 했다"라며 항소했다.

윤씨는 항소이유서에서 "집에서 잠을 자고 있다가 경찰에 연행돼 혹독한 고문을 받고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허위 자백을 했다"며 "1심 재판부는 다른 증거도 없이 신빙성이 없는 자백만을 근거로 유죄로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급심 재판부는 "고문을 당했다고 볼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윤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후 윤씨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선고받아 20여년을 복역하다 현재는 가석방으로 풀려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