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대표연극이 '미투작가'의 작품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한민국연극제에서 공연이 불허되는 망신을 당했다
   
포토 | 입력: 2019-06-07 | 작성: admin@admin.co.kr 기자


 

 

충북의 한 극단이 미투에 연루된 작가의 작품으로 대한민국연극제에 나가려다가 공연이 불허되는 망신을 당했다.

 

미투에 연루된 작가의 작품을 올리려다가 무대를 밟지 못한 극단이나 마치 미투작가를 옹호하는 것처럼 비쳐질까봐 전전긍긍하는 충북연극협회 모두 도민들에게 얼굴을 들지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37회 대한민국연극제 조직위원회는 최근 연극제 홈페이지에 한국연극협회와 서울연극협회에서 회원자격이 정지된 극작가를 제명한다면서 충북대표단체의 공연을 불허한다는 긴급공지를 냈다.

 

제명된 작가와 충북대표단체의 공연이 다른 것처럼 보이는 공지이지만, 미투에 연루된 작가의 작품으로 출품한 충북대표단체 청주 시민극장의 공연이 불허된 것을 뜻한다.

 

극단 시민극장은 지난 3월 충북연극제에서 은밀한 제안이라는 작품으로 대상을 거머쥐었고, 대한민국연극제 충북대표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지난해 미투에 연루된 작가의 작품이었다.

 

작가 김OO씨는 한국희곡작가협회 이사장 등을 지낸 연극계의 거물이었고, 그의 작품이 대한민국연극제에 한꺼번에 3편이나 출품될 정도로 권위있는 작가였다.

 

그러나 지난 2014년에 있었던 극단모임에서 극단 여성관계자를 성추행한 내용이 지난해 폭로됐고 서울연극협회로부터 기한부 권리정지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가 지난해 이름을 바꿨다. OO에서 김△△으로 바꿨으니 그가 동일인인지 최근까지 아무도 몰랐고 작품활동도 이어갔다.

 

동일인물인지는 엉뚱한 곳에서 밝혀졌다고 한다.

 

시민극장 관계자가 최근 미국공연을 하면서 SNS에 올린 사진에 작가의 이름을 김OO이 아닌 김△△이라고 쓴 것이다.

 

△△이 김OO이라는 점이 확인됐고, 이번 대한민국연극제에 올라온 충북대표 작품의 작가 김△△이 결국 김OO이라는게 드러난 것이다.

 



연극제를 며칠 앞두고 서울연극협회가 성명서를 발표했고, 공연강행시 촛불집회까지 예고되자 조직위원회는 당초 8일에 공연될 은밀한 제안을 불허한 것이다.

 

소셜미디어 태희는 이 문제와 관련해 시민극장측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시민극장 대표의 전화가 꺼져 있어 통화하지 못했다.

 

대신 충북연극계를 잘 아는 사람으로부터 이런저런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사실 그동안 시민극장과 충북연극협회측은 한국연극협회 고위관계자에게 이 작가의 작품을 출품하는데 문제가 있는지를 여러차례 질의했고, 그 때마다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답변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OO씨가 서울서 권리정지가 된 사실이 대한민국연극제에 출품자격과 관련된 규정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또한 수차례 문의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협회측이 말해놓고 갑자기 출연을 불허하는 것은 절차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러나 충북대표단체의 연극을 올리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가 오히려 미투작가를 옹호하는 것으로 인식될까 염려돼 연극제가 끝날 때까지는 기다릴 것이라면서 충북연극협회가 사전에 문제의 소지가 있는 작품을 엄격히 선발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7일 대한민국연극제 홈페이지에 충북대표 극단의 공연일정이 그대로 남아있다.
7일 대한민국연극제 홈페이지에 충북대표 극단의 공연일정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남아 있는 문제가 적지 않다.

 

대한민국연극제에 출품하는 극단에게 지원되는 충북도의 지원금은 어떻게 처리될 것이며, 추락한 충북연극계의 위상은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 등이다.

 

더욱이 여전히 왜 시민극장이 굳이 미투작가의 작품을 써야만 했느냐라는데 대한 근본적인 의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