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에 나무들을 추모한다

청주충북환경련, "뽑히고 잘리고 강전지 당한 나무를 추모한다"

   
뉴스 | 입력: 2023-04-05 | 작성: 안태희 기자

충북도청 본관 앞 잘려 나간 향나무./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제공

 

 

[소셜미디어태희=안태희]

 

살아남은 나무들이 통탄할 일이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이 45일 식목일에 낸 성명서중 일부다.


뽑히고 잘리고 강전지 당한 나무를 추모하며로 시작된 성명서에는 우리가 생각해야할 것들이 많이 담겨 있다.


<소셜미디어태희>는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의 성명을 그대로 싣는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뽑히고 잘리고 강전지 당한 나무를 추모하며..


식목일이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나무의 소중함을 알라고 제정된 날이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나무 훼손을 보면 식목일이라는 기념일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무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매년 식목일이 반복되는 것처럼 나무 훼손이 반복되고 있다.

 

충북도가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유일한 탄소흡수원인 나무 훼손에 충북도가 앞장서고 있다. 충북도는 도청 본관동의 야간 조명을 가린다고 향나무 가지를 대부분 잘랐다.


도청 앞 마당은 어린 아이들이 참여하는 도청 기후학교를 하는 곳임에도 한쪽을 광장으로 만든다고 나무들을 뽑아버렸다.

 

하천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디서 들었는지, 하천 둔치에 경관작물을 심겠다는 김영환 지사의 지시로 미호강에 나무가 베어지고 유채밭이 조성되고 있다.

 

 

나무가 사라진 충북도청 본관 앞 정원./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제공

 

그런데 하천 둔치는 버려지거나 쓸모없는 땅이 아니라 생물서식 공간으로 하천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특히 충북도가 유채밭을 조성한 곳은 법적 보호종인 수염풍뎅이 서식이 확인된 곳으로, 유채밭을 조성할게 아니라 수염풍뎅이 보호지역으로 지정했어야 하는 곳이다.


청주시 상황도 비슷하다. 청주시는 우암산에 2m2.3의 보행데크를 놓겠다고 해서 논란이다.


보행데크와 편의, 조명시설 설치에 100억을 쓰겠다고 하는데, 우암산에는 이미 보행도로가 있다. 조금 좁지만 충분히 잘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보행데크를 설치하려면 2000그루 이상의 나무를 베야 한다. 청주시는 큰 나무는 살리겠다고 하지만 2000그루 중 몇 그루가 살 수 있을지 걱정이다. 무심천에서도 나무 훼손은 계속되고 있다.


청주시는 무심천 장평교에서 상당구청 구간의 아까시 나무 대부분을 벴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무심천 아까시 나무들이 베어진 이유다. 청주시청 담당자의 말을 빌리면 하천에는 아까시 나무가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벴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지만 하천과 담당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지자체의 나무에 대한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무심천에서 잘려나간 아카시 나무./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제공

도심 곳곳의 가로수들을 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깃줄 때문에 도심 가로수들은 강전지 당해 닭발 나무가 되기 일쑤고, 전깃줄이 없는 곳의 가로수조차도 함께 강전지 당하고 있다. 청주시내 공동주택에서도 특별한 이유 없이 강전지 당하는 나무들을 쉽게 볼 수 있고 지자체는 자신의 관할이 아니라며 손을 놓고 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나무들이 뽑히고 잘리고 강전지 당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비단 충청북도와 청주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충북도의 모든 지자체가 마찬가지 상황이다. 이럼에도 충북도내 지자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나무심기 행사를 했다고 홍보를 하고 있다.

 

도청에서 진행된 기후학교 모습./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제공

 

정말로 살아남은 나무들이 통탄할 일이다.


충북도와 청주시를 비롯해서 대한민국 정부와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가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그리고 나무는 유일한 탄소흡수원이다. 또한 5월이면 벌써 폭염에 그늘을 찾는 상황에서, 가로수 그늘은 도시에 더 없이 필요하다.


지자체의 폭염 대응 정책이 에어컨 틀고 밖으로 나오지 마세요가 아니라 가로수 그늘로 도시를 시원하게 할 테니 밖으로 나오세요가 되어야 하지 않겠나. 요즘과 같은 기후위기, 폭염 시대에 인간들을 위해서 가로수가 더 필요하다. 가로수를 위해서가 아니다.


시대가 바뀌었다. 기후위기로 나무 심는 시기마저 3월로 바뀌고 있다.


이제는 지자체가 식목일에 보여주기식의 식목행사만을 고민해서는 안 된다.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 실현, 폭염 예방을 위해서 나무를 어떻게 지키고 심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지자체의 수많은 개발 사업에 밀려 나무들이 베어지고, 조명 가린다고 베어지고, 테크 설치한다고 베어지고, 여기에 있으면 안 된다고 베어지고, 특별한 이유 없이 베어지는 상황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


오늘은 식목일이다.


충북도민들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나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나무 보호를 중심으로 충북도와 지자체의 정책이 바뀌기를 기대해 본다.


2023. 4. 5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